조합공지

고 신복수 한국사회적경제씨앗재단 이사장 영전에

박미경 0 285 2017.11.10 12:32

“민주노조 씨 뿌리고 생협 키운 당신 많이 그리울 겁니다”

“열악한 회사서 노조 만들겠다며
처우 좋은 원풍모방 나가셨죠.
‘노조운동’ 남편 옥고 등 모진 세월
그늘진 표정조차 없이 이겨내셨죠”

 

신복수 한국사회적경제씨앗재단 이사장이 지난 17일 세상을 뜨셨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황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쉰아홉, 아직은 한창 일할 나이에, 그것도 당뇨병 때문이라니, 지금도 믿기지 않습니다.

 

고인을 처음 만난 것은, 내가 1970년대 말 무렵 영등포 산업선교회에서 노동자들을 돕고 있을 때였습니다. 전북 진안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 올라와 원풍모방에서 노동자로, 노조 대의원을 맡고 있다고 했지요. 그때만 해도 원풍모방은 생산공장으로는 국내에서 근로조건이 가장 좋은 회사 중 하나였습니다. 굳건하게 민주노조가 버티고 있었던 회사이니까요. 그때 우리는 “어떻게 민주노조를 확산하여 우리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할까”를 집중적으로 탐구했습니다. 그런데 80년대 초반 어느 날 “원풍모방을 그만두겠다”고 했습니다. 좀 더 열악한 회사에서 노동운동을 하겠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런 결심을 한 신복수님이 정말 대견하다고 생각했지요. 좋은 조건을 박차고 나와서 미래가 전혀 보장되지 않는 악조건 속으로 들어가는 결단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물론 원풍모방을 그만둔 뒤 고생이 심했지요. 노동환경도 형편없고 임금도 낮은 회사에서 노동자들의 의식을 일깨워 노동조합을 조직하는 일은 결코 녹록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광주민중항쟁을 총칼로 짓밟고 등장한 전두환 군사정권이 서슬 퍼렇게 노동운동을 비롯한 모든 민주화운동을 탄압하고 있던 때였으니까요. 결국은 원풍모방에 다녔다는 사실이 발각되어 해고당하고 블랙리스트에 올라 재취직도 어렵게 됐지요.

 

나와 고인의 남편(박윤배)이 인연을 맺은 것도 1982년쯤이었습니다. 군대에서 김문수(자유한국당 수성갑 위원장)를 만나 노동운동에 눈을 뜬 뒤 제대해서 구로공단의 한 공장에서 노조를 만들었다가 탄압으로 활동이 막힌 상태였지요. 김문수와 내가 공동으로 중매를 서서 두 사람이 이듬해 결혼을 하게 되었지요.

 

그러나 결혼을 한 뒤 부부의 삶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대우중공업 노조를 이끌던 남편이 해고를 당하여 복직 투쟁을 하고, 나중에는 삼민동맹 사건 관련으로 감옥에 가기도 하는 등 파란만장한 노동운동가의 길을 걸어야 했으니까요. 남편 옥바라지를 하며 진혁·진명 남매를 키우고 구속자 가족 운동을 하는 것 또한 신복수님의 몫이었지요. 그런 고초와 모진 세월을 겪으면서도 그늘진 표정조차 없이 꿋꿋한 모습이었습니다. 그 뒤로도 뒤늦게 공부하는 남편 뒷바라지를 하느라 백화점에서 옷 매장을 하고, 어린이 책방과 도서관, 친환경 채식뷔페 ‘산들바람’도 운영했지요.

 

우리가 다시 만난 것은 2005~06년 무렵 아이쿱생협의 토대가 된 부평생협이었습니다. 신복수님 표현대로 “가방끈이 짧은 사람”이 아이쿱생협사업연합회의 회장을 맡아 무척 자랑스럽게 생각했지요. 덕분에 아이쿱생협은 초기 난관을 이겨내고 나날이 발전했습니다. 2011년 필리핀 파나이섬에 커뮤니티센터를 지을 수 있도록 1억5천만원이라는 거금을 내놓았을 때는 모두들 깜짝 놀랐지요. 그동안 활동비를 모으고 사비 5천만원까지 더했다는 얘기에 숙연해질 정도였습니다.

 

그 뜻을 기억하며 “세상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협동조합”이 되도록 남은 이들이 노력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 당신이 많이 그리울 것입니다. 이제 하늘나라에서는 모든 짐을 다 내려놓고 평안하게 쉬시기 바랍니다.

 

신철영/아이쿱생협 고문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16900.html#csidx6edbc2281eb1f0c9ffd940b18f04d2a onebyone.gif?action_id=6edbc2281eb1f0c9ffd940b18f04d2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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